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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designer's essay2011/12/12 15:07

“프로듀서 소사이어티는 사회에서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을 위해 현재의 여러 산업의 역량,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통합할 것인지가 융합과 통합의 중요한 초점입니다. 이미 자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을 잘 꿰는 사람, 일종의 디렉터, 기획자, 컨덕터의 역할을 할 사람들이 중요하게 되는 사회가 바로 프로듀서 소사이어티입니다.”

관동의대  융합의학과 정지훈 교수

융합과 소통은 이제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가 되었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문화, 학문,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과 소통의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갖가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소통이 목적 없는 단순한 교류가 아니듯이 융합 또한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른 것을 무조건적으로 뒤섞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지금까지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사회에서 중요시 되던 가치와는 다르게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각자의 의미가 하나하나 부각되고 이를 통합적인 사고의 틀로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융합과 소통의 본질이며, 프로듀서 소사이어티는 이러한 가치가 최대한 발현되는 사회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IT 전문가이자 소통과 융합의 가치 전도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관동의대 융합의학과 정지훈 교수로부터 프로듀서 소사이어티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소통과 융합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회에서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융합의 초점
   최근 몇 년간 융합과 통섭이 화두이다. 정지훈 교수는 앞으로는 지금까지 보다 더 빨리 산업 및 학문의 장벽이 무너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또 본질의 가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게 되며 사회가 Push모델에서 Pull모델로 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Push모델은 공급자 중심의 모델로, 기업이 역량을 중심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밀어낸다. 수량을 생산한 뒤에 마케팅을 통해 밀어붙이는 모델로 이 경우 리소스나 자원 활용 자체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게 되어 실질적으로 사회의 필요량보다 더 많이 만들게 되어 있다. 이렇게 과잉생산과 비효율이 발생하는 이러한 모델이 지금까지 통용되었던 것은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원활하지 않았고 수요자 기본의 모델이 작동하기에는 인프라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급격히 팽장한 근래들어서 이러한 모델은 자연스럽게 수요자 기본의 Pull 모델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Pull모델은 수요자 위주로 불총족 욕구가 있으면 그를 채워주는 것을 수요자가 견인을 하고 그 요구를 잘 맞춰줄 수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는 가격결정권도 수요자에게 넘어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여러 집단이 연결된 클러스터가 형성이 된다. 사람들을 통해 연결이 되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흩어지고 연결된 구조를 분산자본주의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자본주의가 예전처럼 중앙집중적으로 되는 것이 아닌 ‘I-space’라는 나를 중심으로 한 공간에서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을 누가 잘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게 된다. 그것은 특정 기업 한곳에서 만드는 것이 아닌 여러 산업이 결합하여 최상의 통합적 경험을 선사하고 비용은 낮추고 또 사용자와 공급자가 결합해 사용자들도 역할을 하고 일부 이익을 가져가게 되는 그런 형태의 것을 디자인해내는 것이 미래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게 된다. 이러한 부분들이 앞으로의 중요한 초점이다.

융합은 거꾸로 하는 것
   모든 학문들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 목표는 대개 하나이기 보다는 다수의 것인 경우가 더 보편적이다. 일반적으로는 학문 자체적인 발전과 심화를 위한 목표와 그 학문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과 조직, 분야간의 관계의 발전과 확장에 대한 목표가 있을 수 있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그 분야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방법과 수단에 따라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지만 그 목표가 하나 이상일 경우에는 여러 학문간의 융합과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 대상은 IT기술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나 디자인일 수도 있으며 건축이나 도시의 부분도 그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학문의 목표를 이루거나 이를 위해 다양한 영역과의 소통과 융합을 시도하는 수단이 반드시 특정 학문의 학위를 따고 논문을 저술하는 것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융합은 거꾸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질의 가치를 위해서 다른 학문을 사용하는 것이지 다른 학문의 개별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소통하고 융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지훈 교수는 현재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는 학문도 적극적으로 융합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문과와 이과로 분리된 것을 합하고 대학도 학과 없이 가능한 통합학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최근 정교수가 서울대에서 하는 강의는 정보문화전공으로 ‘인터넷과 지식기술’이라는 과목이다. 정보문화전공이라는 것도 전공이 따로 있지 않고 어떠한 전공의 학생이든 필요한 이수 목록을 이수하게 되면 부전공처럼 주어지는 것인데, 20여명의 다양한 과의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 정교수는 이런 형태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생각을 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융합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건축의 정의를 넓게 하라
   그렇다면 건축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이에 정교수는 건축물 자체에 매몰되기보다는 그 정의를 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결국 시공간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공간을 어떻게 구축하고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를 통해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공간의 성격을 이야기 하는 데에는 자재나 구조만으로 이야기 할 수 없게 되었다. 정 교수는 시간의 감각이 더 중요해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사람들의 공간에 대한 가치는 시간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공간, 음악, 조명 등의 조건에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받는 느낌이 다르다. 그런 경험은 기본적으로 시간으로 느끼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정교수는 병원 역시 서비스뿐 아니라 공간 자체로써의 기능이 치유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근무하고 있는 명지병원의 경우 맞춤형 조명과 음악, 아로마 등이 이러한 것들을 조절하고 개인화해서 기록해 두는 IT기술, 이런 것을 빛나게 해 주는 건축 디자인이 잘 만나 환자들이 그 공간의 기능으로 조금이라도 더 치유 효과를 얻게 기획되었다고 한다. 

명지병원 암통합치유센터
NFC를 기반으로 환자 개인에게 맞춤화된 센터이다. 색과 음악, 조명, 영상 , 환기 등이 환자의 감성에 맞추어 변화한다.

원하는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
   의학계에서도 헬스 2.0이라는 개념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 중심이 아닌 환자와 의사가 함께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한다. 환자들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또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는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바뀌어 가고 있고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 못 들어오도록 막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모순이 심화되면 결국은 터지게 되고 이를 둑으로 막으려는 사람은 결국 휩쓸리게 됩니다. 그러나 그 대세를 읽고 준비한 사람은 살아 남을 것입니다. 역사의 흐름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실제 의사가 기본적인 내용이나 목숨에 직결되는 가이드는 하지만, 실제 의학도 치료법이 바뀌듯이 점점 변하기 때문에 환자가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다만 그에 닿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같이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므로 원하는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A에서 B로 변해가는 것은 갑자기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옵션을 주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 기회를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된다. 건축에서도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 클라이언트가 뭔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교수는 지적한다. “클라이언트가 어딘가를 만들어 바꿀 수 있고 기존과 연계할 수 있는, 특정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아도 상업화된 부품을 통해 쉽게 바꿀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지면 훨씬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가구 같은 경우, 외국에서는 개인이 온라인으로 3D모델과 직접 치수를 넣으면 조립할 수 있게 깎아서 배달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정말 잘된 경우는 비슷한 것을 원하는 이들에게 디자인을 팔거나 재 가공이 가능하게 공유합니다.”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같이 호흡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의 모습
   앞으로 중앙 집중의 기능이 줄어들면서 국가의 역할은 줄게 될 것이다. 커뮤니티 별, 지역사회 별로 지역이나 건물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커뮤니티 내에서 먹을 것을 생산해 내면서 자급자족하는 지역끼리 서로가 연결, 협력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갈 것이며 인류 미래의 지향점은 일본 애니메이션인 미래소년 코난에서 보여준 두가지 미래상 중 어둡고 무거운 ‘인더스트리아’가 아닌 밝고 희망적인 ‘하이아바라’가 그 모델이라고 말한다. 각자의 커뮤니티가 알아서 자급자족하고 행복을 누릴 수 있으며 외부 의존도가 낮지만 외부와의 연결이 자유로우면 결국에는 양극화문제도 줄어들 것이며 아프리카 등지의 지구 단위의 빈곤층에게 필요한 것도 이런 것이 필요하다. 분산에너지 기술, 조그만 지역에서도 길러내는 농장, 풍력, 태양열관련 최신기술, 그리고 이런 것이 건물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 에너지 효율에 관련된 것, 네트워크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유리한지 그런 전반적인 것에 대해 알아야 한다. 건물은 공간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 대해 알지 않으면 공간의 전반적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파워블로거로도 유명한 정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머리 속에 있는 생각들을 항상 정리하고 기록한다. 이를 통해 블로그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성실하게 자신의 생각들을 굳혀나가고 있다.
   정교수는 앞으로 교육과 철학을 연결해서 기술과 의료를 기반으로 우리가 산다는 것에 대해 더 탐구하고 의학에서도 새로운 기능의 공간으로 바꾸어 병원의 수술실을 재정의하고 또 IT를 접목하여 재스쳐나 프로세스를 고쳐나가고 싶다고 한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미래를 위한 연구는 의학은 물론이고 모든 학문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정지훈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에서 보건정책관리학 석사를 했으며 미국 남가주 대학(USC)에서 의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관동의대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이자 IT융합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제4의 불』로 매일경제신문에서 수여하는 2010년 정진기 언론문화 장려상을 수상했으며, ‘중앙일보’ 등 여러 매체에서 통섭적 지식인으로 선정되었다. 의학과 공학, 경영학과 철학, 사회과학과 디자인의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과 미래 전문가로, 관동의대 명지병원에서 시작한 융합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시도와 혁신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블로그 ‘하이컨셉&하이터치( health20.kr)’의 운영자로 ‘전자신문 미래칼럼’과 ‘중앙일보 시평’ 등의 매체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오프라인 비즈니스 혁명』, 『거의 모든 IT의 역사』, 『제4의 불』, 『웹 서비스』, 『아이패드 혁명(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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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간삼